“소가 없으면 재판도 없다”. 이는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처분권주의’와 관련된 유명한 어록이다. 우리 민사소송법 제203조에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었다. 처분권주의에 관련한 최근의 법원 판례들을 보자.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민사소송법 제203조). 그런데 제1심법원은 피고 C가 반소청구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피고 C의 반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는 피고 C가 청구하지 않은 소송물에 관한 판결로서 처분권주의 위반으로 위법하므로, 제1심판결 중 이 부분을 취소하기로 한다.(서울북부지방법원(2023. 3. 31. 선고 2022나37500 판결).

제1심판결은 지연손해금 청구와 관련하여 원고의 청구범위를 초과하여 원고가 청구하지 않은 부분까지 인용하였고, 이는 민사소송법 제203조의 처분권주의를 위반하여 부당하므로 위법한 부분은 직권으로 취소하고,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2. 선고 2022나55141 판결).

원심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203조가 정한 처분권주의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30. 선고 2020가합576053 판결). 

위 판례들의 경우처럼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 판결할 경우 즉각 그 판결이 취소된다. 민사소송법에서 처분권주의 관련 조항을 명시해 놓은 것은 실체법상의 사적자치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사척자치의 원칙이라 함은 대한민국 민법의 기본원리로써 사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 책임하에서 규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는 근대 사법의 원칙을 말한다(위키백과, ‘사적자치원리’ 인용). 다시 말하면 개인의 사적인 법률관계에 관련한 분쟁은 기본적으로 그 개인의 처분에 맡긴다는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이다.(호문혁, 『민사소송법(제14판)』, 서울: 법문사, 2020, 21면). 

따라서 소송이란 원고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시작된다. 법원이나 사회 한 구석, 혹은 언론에서 아무리 사법상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거나 여론이 형성되어도 피해자가 직접 소를 제기하지 않는 한 법원이나 국가 기관에서 사건을 조사하거나 판결할 수 없다, 곧, 소가 없으면 재판도 없으며, 이는 민사소송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어록이다.

이같은 재판상의 처분권주의가 휴지처럼 된 상황이 우리 총회 재판국에서 종종 있었다. 소장에 없는 내용을 판결한 경우가 있었으며, 하회(노회)에서 재판을 하지도 않은 사건을 총회 재판국에서 재판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가령, 충남노회 사건, 前 중부노회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충남노회와 관련한 총회 재판 역시 하회에서 재판을 거치지 않았는데, 총회 임원회에서 헌의부로 이첩하였고, 헌의부 역시 불법 문서를 재판국으로 보냈다. 총회 재판국은 헌의부가 이첩한 불법 문건을 불법으로 재판하였다. 

그런 불법들이 충남노회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공의를 실현해야 할 총회가 불법 문서를 받고, 불법 재판으로 사태의 촉발시킨 당사자들이 최근 다시 불법에 가담하여 충남노회 사태의 제2라운드를 벌인 것이 오늘의 충남노회 상황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총회 재판국이 판결한 불법 재판들이 사법에서 모두 무효로 판명난 부분이다(이상규 건, 박노섭 건 대법원 확정 승/ 고영국 건 서울고등법원 확정 승). 사법부가 처분권주의를 위반한 총회 재판국의 판결에 대해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총회는 여전히 사법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효된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기화로 불이 붙었던 정기회측과 속회측의 소송 결과(대법원 판결)까지 계속 무시하였다. 

前 중부노회 사건도 거의 동일하다. 하회에서 재판하지도 않은 사건인데 총회 재판국이 판결하였으며, 상소장 혹은 소원장에 없는 내용을 판결하기도 했으니 법의 ABC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판결한 바람에 결국 前 중부노회 사태가 벌어졌고, 지금까지도 사건이 다 해결되지 않고 있다.  

前 중부노회 판결이 사법에서 무효된 것을 보면 총회 임원이나 헌의부 및 총회 재판국원들이 어깨너머로 주워들으며 배운 듯한 어설픈 법리가 총회를 멍들게 하고,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모 노회에서 아직 고소장 혹은 재심 청원서가 당회에 접수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서 재판을 어떻게 하라, 언제까지 재판하여 보고하라는 등의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총회 재판국이 하는 행태를 본받은 건지, 아니면 역시 어디서 주워 들은 이상한 법리를 노회의 지도라는 명분으로 그런 불법을 감행한 건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식으로 총회가 노회를 지도하거나 혹은 노회가 지교회를 지도하면서 법과 원칙을 벗어나 제왕적 권위를 휘둘러댄다면 그 피해는 노회 혹은 지교회가 고스란히 당하게 된다. 결국 무법과 불법이 총회나 노회를 병들게 하고, 무지가 총회와 노회를 혼란케 하니 총회나 노회의 지도자들이 “장로회 헌법”(총회헌법)을 단 1회독이라도 정독해야 할 것 같다. 

민사소송법상 처분권주의에 따라 소가 없으면 재판할 수 없으며, 소장이 없으면 재판을 열 수 없는 것이 우리 권징조례의 원칙이다(권징조례 제2장 제7조). 위 노회의 사례처럼 당회에 소장도 접수되지 않은 건에 대해 노회가 재판 원칙 및 재판 결과까지 예단하여 지도하는 것은 심각한 월권이며, 권징조례를 위반한 불법이다. 

총회가 불법을 일삼으니 노회조차 불법을 좇아가는지, 법이 실종된 총회나 노회의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다. 그처럼 세상의 법과 판결을 무시하고 거역하면서, 하나님의 법은 어떻게 지키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송삼용 목사/ 하늘양식교회, 광신대 겸임교수, 고려대 법학박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