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의 신학적 이해

교회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적어도 신학적으로 교회를 말할 때 외부적인 건물 형태를 교회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건물, 즉 예배당을 교회로 말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성경과 그 성경을 통해 체계화한 신학적인 개념에서는 교회를 외형적인 건물이나 예배당을 교회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무리들의 모임’으로 정리한다.

1) 교회의 정의

교회에 대한 분쟁을 논할 때 교회는 어떤 단체이며, 집합체인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교회 내부적으로 ‘교회’에 대한 문제는 교리를 체계화한 조직신학, 혹은 교의학에서 취급한다. 

서철원은 그의 『교회론: 교회, 하나님의 집』에서 “교회론은 하나님이 창조 경륜을 이루시기 위해 반역한 백성들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한 백성을 그리스도에게 연합시켜 교회로 삼으시고 그 백성 가운데 거주하심을 다루는 신학이다”라고 하였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로, 하나님은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르시고 부르신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거듭나게 하셔서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연합시켜 교회를 만드신다. 결국,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부름받아 그의 피로 죄가 씻어져서 믿음을 고백하므로 그리스도에게 연합된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칼빈은 “교회는 단순히 하나의 조직이나 기관이 아니고 유기체이다. 또한 하나의 공동체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상호관계를 갖는 하나님의 백성이다”라고 이해한다. 이처럼 교회는 그 특성상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충만, 그리스도의 나라, 하나님의 성전, 성령의 전, 하나님의 집,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교회, 하나님의 나라, 믿는 자들의 어머니, 성도의 교제” 등 여러 이름으로 묘사된다.

교회설립의 목적은 교회가 거룩해져서 하나님의 충만한 거주를 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목회 사역은 교회가 거룩해지는 것에 집중되어야 하며, 복음 전파로 교회가 거룩해져서 하나님의 충만한 거주를 준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믿는 무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되었고, 이런 회복된 하나님의 백성이 바로 교회이다. 교회는 사람의 존재 목적인 하나님을 섬기고 경배하며 찬양해야 한다. 교회는 이런 사명을 위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2) 교회의 표지

루이스 벌코프(L. Berkhof)는 이단으로부터 참된 교회를 구별하는 데 있어 표지(the mark)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회 안팎에서 많은 이단이 나타나게 되자 이들로부터 바른 신앙, 바른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참 표지들이 요구되었다. 

(1) 말씀

칼빈은 로마 가톨릭교회에 교회의 표지인 말씀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그들은 바른 교회가 아니라고 하였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말씀 대신에 거짓말이 섞인 패악한 조직이라고 보았다. 이 조직이 교회를 지배하고 순수한 빛을 꺼 버리기도 하고 희미하게 만들기도 하였다고 한다.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의 기초라고 보았다. 이는『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문 2. 하나님께서 무슨 규칙을 우리에게 주시어 어떻게 자기를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할 것을 지시하셨는가?

답. 신구약 성경에 기재된 하나님의 말씀은 어떻게 우리가 그를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할 것을 지시하는 유일한 규칙이다.

교회의 표지로써의 하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의 교회, 그리스도의 나라에 중요하다. 말씀이 없거나 말씀의 선포가 없는 교회는 그리스도와 상관이 없으며, 이는 진정한 교회가 아니다. 칼빈은 이러한 참 교회의 말씀 선포를 위해 말씀을 선포하는 직책도 중요하게 보았다. 

에베소서 4장 11절을 통해 본 교회의 중요한 직분자들은 사도(apostle), 선지자(prophet), 복음 전하는 자(evangelist), 목사(pastor), 그리고 교사(teacher)이다. 칼빈은 목사와 교사만 평상직이고, 사도, 선지자, 복음 전하는 자는 주님께서 그분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해 초창기에 세우신 것이라고 하였다.

칼빈은 교회 안에 없어서 안 되는 직분을 목사와 교사로 보았다. 그런데 목사와 달리 교사는 제자 훈련이나 성례집행, 경고와 권면을 하는 일을 맡지 않고 오직 성경 해석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것은 신자들 사이에 건전하고 순수한 교리를 유지하려는 이유에서였다. 

목사는 감독, 장로, 사역자라고 불리는데 이는 성경에서 동일한 직책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교회의 표지로써 이러한 직책을 가진 사역자들이 교회에서 바르게 말씀을 선포하는 것을 교회 표지의 첫 번째 요건으로 보았다.

(2) 성례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참 교회의 표지의 두 번째로 성례를 주장하였다. 성례는 세례와 성만찬이다. 성례는 하나님과 언약의 표시로 신자들의 믿음을 돕는 수단, 즉 은혜의 수단이 된다. 칼빈은 다음과 같이 성례를 정의하였다.

성례는 우리의 약한 믿음을 받쳐주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그의 선하신 뜻의 약속을 우리의 양심에 인치시는 외형적인 표이고, 우리 편에서는 그 표에 의해서 주와 주의 천사들과 사람들 앞에서 주께 대한 우리의 충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성례는 우리에게 대한 하나님의 은혜를 외형적인 표로 확인하는 증거이며,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충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교회 표지로써 성례는 교회의 표지임과 동시에 교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세례를 받아야 성찬에 참여할 수 있고, 성찬에 참여할 수 있는 세례받은 자, 혹은 입교인은 총회 결의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한다.

(3) 권징

참된 교회를 분별케 해주는 세 번째 기준은 권징이 신실하게 실시되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제30조 제3항은 교회에서 권징의 필연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교회의 책벌은 범죄하는 형제들을 바로잡고, 얻으며, 다른 사람들을 막아 같은 죄를 범하지 못하게 하며, 온 덩어리에 퍼지는 누룩을 제거하며, 그리스도의 영예와 복음의 거룩한 고백을 옹호하며, 또 만일 하나님의 언약과 그것의 인호(印號)가 극악하고 완고한 범죄자에 의해 더러워지는 것을 방임하여 두면 정당히 교회에 내릴 터인 하나님의 진노를 막기 위하여 필요하다(딤전 5:20, 1:20, 유 23, 고전 5:11:27∼34, 삼하 12:14).

개혁교회는 로마교회, 루터교회와 달리 권징을 교회됨의 지표로 삼는다. 칼빈은 권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목적을 말한다. 첫째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고 불명예스런 생활을 보내는 자가 하나님께 모욕을 끼치며,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를 사악하고 모독적인 사람들의 소굴로 만드는 것은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수 없다. 

교회 가운데 하나님의 신성에 대한 이름에 치욕의 낙인을 찍는 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 기독교의 이름에 불명예를 초래하는 자들을 교회의 가족으로부터 추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로, 선량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과의 교제로 말미암아 타락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셋째로, 이 사람들이 자신의 추악함에 대해 부끄러움에 놀라 스스로 회개하도록 하고자 함이다. 

말씀의 선포로 교회의 모든 문제가 거의 해결되기 때문에 서철원은 권징을 교회 성립의 필수적인 구성요건으로 보지는 않지만, 권징을 하지 못하면 교리와 교회의 거룩을 지킬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권징은 모든 그리스도인들로 그리스도의 법으로 살게 하고 죄의 법을 따라 살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한다. 권징은 죄를 지었더라도 회개하고 죄의 행실을 버리도록 하는 교회의 사역이다. 따라서 권징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교회로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신자들이 그전처럼 살아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이름과 피를 더럽히게 된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교회로 남을 수가 없다. 더구나 범죄해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이 죄가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가서 교회가 완전히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교회로 불리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경우에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권징을 행사한다. 권징을 행하여 그리스도의 교회를 순수한 교회로 남게 하는 것이므로 권징은 교회의 표지임이 틀림없다.

만약에 교회에 권징이 없다면 범죄한 자들을 교회에서 가려낼 길이 없다. 이런 범죄한 자들을 그대로 둘 경우, 누룩이 전체에 퍼지듯 범죄한 자들에 의해 교회 지체들이 물들기 마련이다. 이처럼 “권징은 교회의 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교회 자체의 정화 노력이다. 그러므로 권징은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표지”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제30조 제4항에서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이 목적을 좀 더 잘 달성하기 위하여 교회의 직원들을 범죄의 성질과 범죄자의 과실(過失)에 응하여 권계(勸戒), 주의 만찬의 성례 참여의 일시적 정지(一時的 停止), 또는 교회로부터 제명, 출교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살후 3:6, 14, 고전 5:4, 5, 13, 마 18:17, 딛 3:10).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합동)의 권징조례에서 규정에 권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2조 권징의 목적 

진리를 보호하며 그리스도의 권병(權柄)과 존영을 견고하게 하며 악행을 제거하고 교회를 정결하게 하며 덕을 세우고 범죄한 자의 신령적 유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1. 이상 목적을 성취하려면 지혜롭게 하며 신중히 처리할 것이다. 

2. 각 치리회는 권징할 때에 그 범행의 관계와 정형의 경중(輕重)을 상고하되 사건은 같으나 정형이 같지 아니함을 인하여 달리 처리할 것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권징조례에서 언급된 권징의 목적은 “첫째, 진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그리스도의 권병과 존영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악행을 제거하고 교회를 정결하게 하며 덕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넷째, 범죄한 자의 신령적 유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교회 치리권은 개인에게 있지 않고 당회, 노회, 대회, 총회 같은 치리회에 있다. 따라서 장로회 정체에서는 목사와 장로가 치리회에서 권징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계속)

임홍길 목사/ 군산질실교회, 평택대 신학대학원 철학박사(교회법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