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한국최초로 국제원조 비정부기구(NGO)인 기아대책 창립멤버로 황동하다가 2005년부터 회장으로 봉사해온 정정섭 회장(새순교회 원로장로)이 소천했다.
정 회장은 올 초 발견한 혈액암 수술을 위해 지난 10월 도미했으며, 28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향년 72세).
그는 “떡과 복음을”이란 구호를 모토로 삼고 이 땅에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기독교 사랑을 실천해 온 사랑의 사도였다.
정 장로는 1941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갈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물네살 차이가 나는 큰 형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학교를 다녔고, 형수가 싸주는 도시락을 먹으며 자랐다. 그는 1959년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해서 4학년때 CCC의 김준곤 목사를 만나 신앙 생활을 시작했다.
정 회장은 어린 시절의 가난한 기억이 기아대책 창립 멤버가 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아대책기구 창립에 동참하면서부터 그는 가난한 이웃에게 떡과 복음을 동시에 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았다. 그런 사명감 때문에 기아대책 기구가 설립되자마자 가장 먼저 벌인 사업이 도시락을 싸줄 사람이 없는 결식아동에게 한끼 밥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원래 정 회장은 일본 선교사가 되기 위해 23년간 활동해 온 전경련 전무이사 및 사회복지법인 ‘섬기는 사람들’ 회장직을 물러났다. 그러나 일본에서 기아대책 사업을 하던 호리우치 목사를 만나 국제원조기구(NGO) 설립에 동참하게 되었다.
설립 멤버들은 윤남중 목사(새순교회), 고(故) 최태섭 회장(한국유리) 등이었고, 정 회장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정 회장은 기아대책 설립 맴버가 된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가난하게 살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훈련시키셨다고 믿고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대책 활동은 국내외적으로 구호활동과 선교사역을 조화롭게 실시하는 단체로 이름이 나 있다. 정 회장은 생전에 늘 "북한은 물론 세계 어디에도 굶주린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며, 기아대책의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믿는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또한 그는 기아대책 사업이 “하나님의 역사로 가능했다”고 고백했으며, “전 세계 83개국 580명의 일꾼을 보낸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 달(10월) 도미하기 직전 병상에서 가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척박한 땅에 10만명의 선교사를 보내고 100만명의 후원자를 모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의 형제들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는 하나님의 영광 가운데서 안식하게 되었지만, 가난한 이웃에게 “떡과 복음”을 전해주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기아대책에서 나눠주는 밥을 기다리느라 긴줄을 서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송삼용 대표기자 brentry@hanmail.net